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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수필인듯 에세이

철학을 노래한 가수

마왕 신해철 1주기를 맞아 그의 곡이 재조명되고 있다. 신해철이나 넥스트 음악을 꾸준히 즐겨 들었던 건 아니다. ‘삘’ 받을 때 생각나는 곡들을 그때그때 듣는 정도. 최근에 왠지 그의 음악들이 와 닿아서 연이어 듣고 있는데, 가사가 참 깊이 있다는 생각을 새삼 해본다.

특히 인생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군데군데서 엿볼 수 있고, 반복되는 일상에 물음표를 던지는 대목들이 많았다. 사랑 이야기가 절대 주류인 요즘 대중가요에 귀가 간질간질하던 찰나 삶 본연을 다룬 묵직한 가사들이 있어 정리해 본다. 철학을 노래할 줄 아는 흔치 않은 뮤지션을 잃은 건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질문은 지워지지 않네. 우린 그 무엇을 찾아 이 세상에 왔을까. 그 대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홀로 걸어가네…누군가 그대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나. 지나간 세월에 후횐 없노라고

‘일상으로의 초대’

매일 똑같은 일상이지만 너와 같이 함께라면 모든 게 달라질 거야

‘그대에게’

숨가쁘게 살아가는 순간 속에도 우린 서로 이렇게 아쉬워하는 걸

‘민물장어의 꿈’

이젠 버릴 것조차 거의 남은 게 없는데 문득 거울을 보니 자존심 하나 남았네

‘50년 후의 내 모습’

살아갈 날들이 살아온 날들보다 훨씬 더 적을 그때쯤…벤치에 앉아 할 일 없이 시간을 보내긴 정말 싫어

‘the dreamer’

이제는 쉽게 살라고도 말하지 힘겹게 고개 젓네 난 기억하고 있다고 언젠가 지쳐 쓰러질 것을 알아도 꿈은 또 날아가네 절망의 껍질을 깨고

‘일상으로의 초대’

산책을 하고 차를 마시고 책을 보고 생각에 잠길 때 요즘엔 뭔가 텅 빈 것 같아

‘해에게서 소년에게’

니가 흘린 눈물이 마법의 주문이 되어 너의 여린 마음을 자라나게 할 거야

‘재즈카페’

까만 머리 까만 눈에 사람들의 목마다 걸려있는 넥타이…우린 어떤 의미를 입고 먹고 마시는가

‘도시인’

모두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손을 내밀어 악수하지만 가슴속에는 모두 다른 마음 각자 걸어가고 있는거야

‘내 마음 깊은 곳의 너’

만남의 기쁨도 헤어짐의 슬픔도 긴 시간을 스쳐가는 순간인 것을

‘나에게 쓰는 편지’

난 잃어버린 나를 만나고 싶어 모두 잠든 후에 나에게 편지를 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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