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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시사스러운

어느 직장인의 하루

 

어느 직장인의 하루

 

그저 그런 점심을 먹고
당연하게 들른 커피숍에서
오늘도 별 생각 없이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켜
동료들과 뻔한 대화를 나누며
그마저도 무심코 울리는 카톡과 포털 앱에 한 번씩 눈길을 보내고
대화와 검색과 알림과 커피 한 잔이라는, 규칙을 찾아볼 수 없어도 굳어져버린 공식에서
내일도 공식 X 항에 들어갈 메뉴가 김치찌개인지 돈가스인지가 바뀌어도
Y가 별반 달라질 것 같지 않은 기대감이 없는 내일도
직장에서의 하루는 또 흘러가고

 

웬일로 아메리카노 대신 라떼 한 잔을 시켜볼까 고민이 들기만
너도 그대로고 무심한 알림은 여전히 무심하게 울리고, 메뉴도 X 그대로라면
달리 라떼로의 변화를 추구할 이유를 찾지 못해
에라 속 시끄럽네, 난 다시 아메리카노

 

커피숍 피크타임에 꽥꽥,
 ‘41번 손님’ ‘아이스 라떼 한잔 아메리카노 2잔 시키신 분’이라 지르는 알바생
내 속도 시끄러운데 너마저도 시끄럽다 짜증 섞일만하지만,

커피 한 잔의 여유가 샤우팅에 달아나지만
그래도 그 알바생이 안쓰러운 건 나는 그래도 정규직이라는 위안 때문덕분인가

 

꽥꽥 소리를 배경 삼아 전투적으로 잡은 한쪽 귀퉁이에서, 전쟁하듯 커피를 만끽하고
맘에도 없는 너와 함께, 직장이라는 굴레가 아니면 도무지 만났을 것 같지 않은 너와 함께
맘에도 역시나 없는 미소를 띠우며

그래도 너와 함께 커피 한 잔의 카페인이라도 들어가니 다행인가
그렇게 고민스런 하루


고민마저 하지 않았다면, 너무 익숙해져 버린 이 XY 공식에 문제마저 느끼지 못했다면
별 다른 규칙을 찾아볼 수 없어도 이미 내 삶의 공식처럼 자리한 익숙한 이 일상이 왠지

왠지 그렇게 두려운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