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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시사스러운

가격탄핵 옷값하야


길을 가다 센스 넘치는 할인 행사 포스터 문구가 눈에 띄었다.


‘가격탄핵’ ‘옷값하야’


한눈에 쏙 들어왔다. 누군지 몰라도 이 카피 만든 귀인을 광고회사에서 당장 스카우트하라고 추천하고 싶을 정도다.


탄핵, 하야가 할인 행사에 쓰일 정도로 어느덧 일상어가 됐다. 역사 속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그런 단어가 아니다. 이 용어를 먼지 쌓인 역사책에서 끄집어내 준 박근혜 최순실 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는 것이 도리. 국정 농단 사건이 터지지 않았다면 탄핵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례에서나 찾아봐야 했을 거다. 하야는 더 오래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60년 4월 이승만 전 대통령의 하야 담화 발표, 5·16 군사 정변 후 격변기 속 1962년 윤보선 전 대통령과 12·12 사태 후 신군부의 압박으로 1980년 최규한 전 대통령의 하야 선언이 있었다.


탄핵 하야는 둘 다 정점에 서 있던 통수권자의 수직적인 추락을 의미한다는 데서 공통점이 있다. 자발적 강제적, 명예로움과 불명예 등 정치적 상황에 따라 긍정과 부정의 의미가 갈릴 수 있겠지만 적어도 우리 역사에선 두 단어가 주는 어감이나 의미가 부정적이다.


가격과 옷값에까지 탄핵과 하야라는 단어가 붙는 건 통수권자를 끌어내리고 싶은 국민의 열망이 그만큼 강렬한 게 아닐까. 개콘이나 SNL의 과장된 패러디와 풍자만 민심을 대변하는 게 아니다. 역사 속에서 탈출해 일상에 스며든 이런 단어가 민심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게 아닐지. 탄핵과 하야라는 부정적 어감의 단어가 가격과 옷값과 결합해 긍정적 이미지로 승화했다. 어이없는 국정 농단을 향한 분노가 질서정연한 촛불로 승화했듯 말이다.


탄핵
1. 죄를 지은 구체적인 사실을 들어서 잘못을 꾸짖거나 나무람
2. 대통령, 국무위원, 법관 등을 국회에서 소추하여 해임하거나 처벌하는 일


하야
1. 관직이나 정치에 관련된 일에서 물러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