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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법과 언론

비위 전력을 고려했을 때에라도 4000원 부당이득 구속기소는 정의로운가

 

오마이뉴스 기사 : 진경준 검사장 ‘4000원 암표상 구속’의 진실

 

ⓒ오마이뉴스, '주식 대박' 사건으로 구속된 진경준 검사장

주식도 대박, 현직 검사장으로 구속되는 전력을 남긴 것도 대박. 대박 인생을 사는 이다.

 

 ‘주식 대박’ 사건으로 구속된 진경준 검사장 이야기로 한동안 시끄러웠다. 특히 1996년 진 검사장이 평검사 시절 암표를 팔아 4000원을 챙긴 사람을 구속기소 시킨 기사가 알려지면서 온라인이 한동안 뜨거웠다.(위 오마이뉴스 링크 속 한겨레 기사 참조) 

 

처음 그 기사를 접하고, 저건 구속영장을 청구한 진 검사도 문제지만 영장을 발부해준 법원이 더 큰 문제다 싶었다. 영장을 청구하면 대부분 받아주던 시절, 법원이 제 역할을 못할 때 이야기라고 하지만 저건 해도 너무하다 생각했다.
스터디를 좀 해서 당시의 영장 발부 비율, 배경 등등을 블로그에 올릴까 하다가 미심쩍은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성실한 회사원이 4000원의 이득을 챙겼다고 구속기소가 가능했을까. 기사에는 등장하지 않은 이면이 있겠거니 싶어 잠시 블로그 포스팅을 보류했다. 마침 휴가가 겹쳐 이래저래 밀리고, 간만에 컴퓨터를 켜고 검색을 했더니 누군가 나의 수고를 덜어줬다.


위 오마이뉴스 기사를 보면 이 사건의 감춰진 내막이 나온다. 당시 구속 당사자인 김 씨가 94, 95년에도 암표를 팔다가 적발돼 구류 10일과 벌금 3백만원을 선고받은 전과가 있었단다. 저런 이면을 알지 못하고 섣불리 기사에 등장한 사건의 단면만 보고 비판적인 글을 남겼다면 좀 민망했을 것 같다.

 

그러면 94년, 95년에 두 번의 전과가 있는 사람이 4000원의 부당 이득을 남겼을 때 상습적이라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과 영장을 발부한 법원이 과연 정의로운가. 진 검사는 경각심을 울리는 차원에서 영장을 청구했다고 한다. 법원도 반복되는 범죄에 대해 영장 발부 사유를 인정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해는 되지만 범죄 액수와 정도를 고려하더라도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4000원. 물론 적발된 액수가 그 정도이고 비리로 취한 이득이 더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어쨌든 혐의로 드러난 액수가 그 정도이다.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영장 기각 비율이 높아진 요즘도 반복적인 범죄 행위에는 영장을 발부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땐 더했을 것이다. 누군가는 두 번이나 참아준 것이 더 대단하지 않느냐고 말할 수 있다. 게다가 내 청소년 시절인 1990년대 중반 무렵, 암표가 기승을 부려 사회적으로 큰 문제라는 뉴스를 본 기억이 난다.

 

구속이 정의로운지, 불구속이 정의로운지 생각하게 만드는 사건이다.

 

한편, 구속 영장을 청구했던 진 검사는 20년이 지나서 100억대가 넘는 비위 혐의 등으로 검사장 신분으로 구속됐다. 법 적용은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하지만 칼을 든 자가 칼을 범죄 척결에 휘두르지 않고 사익 추구에 남용했다면 더 엄히 다스릴 필요가 있다. 4000원 암표상에게 영장을 청구할 정도로 엄한 칼을 검사에게 부여한 것은 사회 안정을 위한 사회적 합의였다. 제 주머니 채우라고 누굴 구속할 엄청난 권한을 그에게 부여한 것이 아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가 20년 전 휘둘렀던 칼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그때 진 검사가 휘두른 칼은 정의로운 칼이었을까. 헛된 공명심으로 가득찬 상태에서 휘두른 정의롭지 못한 칼이었을까. 아니면 그땐 정의로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칼날이 변질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