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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수필인듯 에세이

정적이 흐르는 거실에서 - 두 번째 이야기

2017/01/11 - [인생사/수필인듯 에세이] - 정적이 흐르는 거실에서 - 첫 번째 이야기 

 

 

거실이라는 공간, 어제보다 아마 먼지가 좀 더 쌓였을 것이다. 거기에 흐르는 정적 역시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다. 아내와 아이들이 처가에서 올 날이 며칠 더 남았기 때문에, 내가 출근한 사이 누구도 밟지 않은 거실은 어제보다 좀 더 외로움을 탔을지 모른다.

 

나의 외로움은 어제보단 줄었다. 외로움이 더 깊어질 것이란 애초 예상과 달랐다. 사람은 간사한 동물이라 했나. 첫날 외로움을 대할 때의 서투름이 하루 만에 익숙함으로 변했다. 사람은 이래서 익숙해짐을 경계해야 한다.


거실의 적막함이 자연스럽다. 침묵을 요구하는 몸의 본능과도 오늘 코드가 맞다. 온종일 쏟아지는 카톡과 문자, 메일, 휴대폰에 뜨는 온갖 알림창으로 사색의 영역이 포박당했다. 온갖 알림을 확인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강박관념 덕택에 수시로 휴대폰을 만지작거려야 했다. 휴대폰 2~3년 약정이 주는 속박처럼 그렇게 숨 쉴 틈을 주지 않았다. 오늘 이 거실은 내 강탈당한 사색을 회복시켜 주는 공간이 됐다. 가족에 대한 외로움이 극대화되던 어제의 거실이 이제는 아니다.

 

집에 와 아내와 아이들과 영상 통화를 하며 가족에 대한 하루 치 권리와 의무를 마쳤다. 그러고선 정적을 품에 안았다. 자유롭다. 물 한 잔을 곁들인다. 목이 타는지 외로움이 타는지 구분하기 어려울 때 물 한 모금 정도면 충분하다. 아무도 이 정적을 깨뜨리지 못한다. 업무와도 잠시 단절했다. 이 정적은 지킬만한 가치가 있다.

 

멍하니 둘러본다. 고요하다. 정적은 외로움만 있는 줄 알았더니 회복도 있다. 잠이라는 완전한 고요에 빠져들기 전까지, 이 거실은 나의 독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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