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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틈새 글쓰기

틈새 글쓰기 3 -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틈새 글쓰기라 해서 날림으로 써도 된다는 건 아니다. ‘바쁘게 쓰니까 사람들이 어느 정도 이해해주겠지’라는 생각은 안일하다. 빨리 써도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틈새 글쓰기의 최대 과제다. 이럴 때 필요한 게 퇴고(推敲)다. 어휘가 적절한지 살피고, 문장을 다듬어야 한다. 고치고 고치다 이건 아니구나 싶으면 폐기 처분할지도 결정해야 한다.



어떻게 퇴고할까. 몇 가지 내가 사용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1. 긴가민가한 단어가 있다면 반드시 검색해 보라. 어제 쓴 글 중 ‘상처가 덧났을 때 느끼는 쓰리고 아픈 고통’을 의미하는 ‘에리다’는 단어가 있었다. 간혹 쓰는 말이었는데 처음에는 글을 쓰면서 ‘애리다’로 썼다. 확신이 서지 않았다. 검색해 봤더니 ‘에리다’가 정확했다. 덕분에 ‘애리다’가 어떤 의미로 사용되는지도 알 수 있었다.(네이버 검색 참조) 글을 쓰다 보면 어휘력이 풍부해지거나 잘못 알고 있는 단어를 확실히 정정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이뤄지기도 하지만 지나칠 때가 많다.


2. 작가의 관점에서 독자(비평가)의 관점으로 전환하기

글을 쓸 때는 작가적 관점에서 바라보게 된다. 두세 번 읽어도 관점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 블로그든, 페북이든 일단 올리고 나서 다시 읽어 보라. 1차 발행한 글을 다시 읽으면 독자의 관점으로 볼 수 있다. 작가 입장에선 보이지 않던 부분들이 독자 혹은 비평가의 관점에서 보면 다르게 보인다. 어색한 문장이 눈에 띈다. 뒤에 처박힌 문장을 앞으로 가져오는 게 훨씬 자연스럽고 글이 윤택해진다고 느낄 수 있다. 군더더기 표현이나, 굳이 넣지 않아도 되는 문장들이 보인다. 책을 낸다면 오타를 잡을 기회가 없겠지만, 블로그에서는 급히 수정해 재발행이 가능하다. 


3. 눈으로 소리 내 읽기

조사만 잘 써도 매끄러운 글이 될 수 있다. 같은 주어라도 ‘가’를 쓰는 것과 ‘는’을 쓰는 어감이 다르다. 눈으로 보기만 하면 잘 보이지 않지만, 눈으로 소리 내 읽으면 두드러진다. 조사에 ‘도’를 쓰면 문장에 안정감을 준다고 느낄 수 있지만, ‘도’를 남발했을 때는 읽다 보면 거슬린다. 주어 서술어가 기본이지만 어떨 땐 서술어를 빼는 것이 강렬하게 읽히기도 한다. 틈새로 쭉 한 번 읽어보자.


4. 민망하지만 보여주기.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있으면 따뜻하지만, 발전이 없다. 평가를 받기 위해선 용기가 필요하다. 가까운 사람에게 받을 때 효과가 더 있다. 수많은 대중은 내가 유명인이 아닌 이상, 글에 이상한 부분이 보여도 댓글로 지적할 만한 수고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에게 애정을 가진 지인(知人)이라면 마땅히 이 수고를 할 수 있다. 혼자보다 누군가 도움을 받는 게 가장 객관적이다. 피드백은 필수. 가장 친한 한두 명에게는 혹독한 비판도 부탁하라. 터지면 아프지만, 글은 자란다.


사실 이 같은 퇴고 방식이 새로운 건 아니다. 너도 알고 나도 아는 것, 시작하느냐 않느냐의 차이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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