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 지금은 남녀노소 누구나 휴대폰 하나쯤은 가지고 다니지만, 집 전화와 공중전화가 유일한 통신수단이었던 내 아주 어린 시절 우리 옆집엔 40대 부부가 살았다. 무슨 기구한 사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나이를 먹도록 단칸방에 살 정도로 형편이 됨직하지 않았다. 아저씨가 일을 찾아 몇 달씩 지방에 가 있을 때면 일주일에 한 번씩 우리 집으로 전화가 걸려 온다. 아저씨였다. 변변찮은 살림에 집 전화가 없던 터. 목소리를 확인한 나는 얼른 옆집으로 달려가 아주머니를 부른다. "아저씨 전화 왔어요" 느긋하게 부를 시간이 없었다. 시외전화로 걸려온 공중전화, 요금이 초 단위에 따라 떨어진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단숨에 달려온 아주머니, 일주일 동안 온갖 일들이 있었겠지만 간단한 안부와 몇몇 대화들이 오가고는 이내 전화가 .. 더보기 이전 1 ··· 326 327 328 329 330 331 33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