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마음으로 악을 품었다.
아이의 지나치다 싶은 잠투정에 생각의 경계선이 다시 무너졌다.
머리 끝까지 치민 화는 급기야 머리를 이탈해 무더운 여름 푹푹거리는 불쾌지수 한가운데를 떠돌았다.
아이 면전에서는 그나마 절제해 맘에 직접 상처를 남기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
그러나 분을 삼키지 못하는 남편의 모습을 지켜본 아내에게 아픔을 줬다.
낮잠을 자고 난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말짱하다.
아빠는 혼란에 빠져 허우적대는데 이리 말짱한 걸 보면 또 나만 원맨쇼였던 셈.
다정스레 ‘아빠’라고 부르며 다가오지만 못난 아빠는 못 들은 척 외면한다.
불러도 건성이다.
돌아보니 아이에겐 이게 더 상처로 와 닿았을 거다. ‘아빠가 왜 저리지?’ 이유도 알지 못한 채.
못난 아빤 알면서도, 미안하면서도, 돌아갈 방법을 찾지 못해 그날을 그렇게 이도 저도 아닌 채로 보냈다.
밤새 찝찝한 마음으로 잠을 설치고
이리저리 뒹굴면서 결국 무거운 맘으로 출근한 길에서, 복잡한 생각을 정리해준 건
‘이 땅에서의 오늘이 마지막이라면’이라는 생각
오늘이 마지막이라면, 후회해도 사과할 기회조차 없을 텐데
노트북에 깔려 있는 아이의 지금보다 더 어릴 적 사진을 들춰본다.
‘이렇게 사랑스러운데, 내가 왜 그랬을까’
다짐하고 후회하고의 반복, 또 다짐할 용기가 채 나지 않았던 아침,
다시금 용기를 끌어내야 한다. 더 큰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인생사 > 수필인듯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뭣이 정의인디 (0) | 2016.07.24 |
---|---|
휴가 일주일 전 마음이란 (2) | 2016.07.19 |
스마트시계, 퇴근 후 연결되지 않을 권리 (1) | 2016.07.07 |
청개구리 (2) | 2016.07.06 |
원터치의 편리함보다 사각의 번거로움을 택 (0) | 2016.06.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