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 기간을 제외하고 3년을 군에서 보냈다. 그중 15개월은 꼬박 GOP에서 근무했다. 앞에는 북한, 뒤로는 논밭이 보이는 곳에서 무려 1년 넘게 있으면서 가장 부러웠던 것이 휴가였다. 장교도 물론 휴가를 갔다. 매달 휴가를 나갈 수 있는 것도 사병과 다른 장교의 특권이었다. 하지만 못내 아쉬웠던 건 한 달에 한 번 있는 휴가가 2박 3일이라는 점이다. 사병들은 휴가가 드물긴 하지만 한 번 나가면 9박 10일짜리도 있었다. 열흘이나 나갔다 오다니!
2박 3일이라는 건 어찌 보면 참 잔인한 기간이다. 나가는데 반나절이 걸린다. 나가서 세상 공기 좀 쐰다 싶으면 저녁이 되고, 하룻밤을 자면 바로 ‘내일이 복귀구나’, 이 생각이 은연중에 자리하게 된다. 둘째 날 밤을 보내기가 그리도 아쉬웠고, 3일째 아침이 되면 맘이 천근만근이다. 3일째는 사실 휴가기간으로 치기 어려운 날이다. 휴가 복귀 후유증도 며칠씩 갔다.
그런 GOP에서도 여름휴가가 있었다. 2박 3일에 하루를 더 붙여서 쓰는 것. ‘고작 하루?’라고 할 수 있지만, 나에겐 ‘3박 4일!’, 엄청난 휴가였던 것이 분명했다. 첫째 날은 3박 4일이나 되는 거대한 휴가에 들뜬 마음으로 신 나게 보냈다. 이럴 수가, 하루를 자고 나도 내일이 복귀 날이 아니라니. 둘째 날도 그렇게 훈훈한 마음으로 보낼 수 있었다. 셋째 날은 그래도 좀 무거운 마음이었지만 4일이나 되는 휴가에 용서됐다. 물론 마지막 날 후유증이 더 큰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토록 간절했던 휴가, 어쩌면 그땐 휴가가 쉰다는 의미보다 세상 공기에 대한 그리움을 채워주는 의미가 더 컸었다. 만나지 못했던 사람을 만나고, 짬밥에서 잠시 벗어나 세상의 맛을 느끼고, 돌아다니는 민간인들의 모습을 보는, 그 자체로 그리움이 채워졌다.
사회생활을 하는 지금의 휴가는 뭐랄까, 군대와는 반대다. 그리울 것이 너무 없는 정신없는 시간에서 잠시 멀어지는 것이다. 그리움이 생기도록 나를 잠시 '앞에는 산 뒤로는 물이 보이는 곳'으로 이끄는 것이다. 진정한 휴식이다. 늘 무언가 성과물을 내야 한다는 압박이 있고, 마감에도 쫓기고, 긴장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는 상태에서는 그리움이 생길 틈이 없다. 잠시 세상과 분리될 필요가 있다. 한 주라는 시간이 짧다면 짧지만, 플러그를 뽑고 세상과 일과 잠시 단절하는 데는 그리 부족하지 않은 시간이다.
휴가 일주일 전이다. 그리움을 쌓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준비가 없어도 된다. 휴가 일주일 전이기 때문이다. 음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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