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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수필인듯 에세이

기분 좋은 대필작가 데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골몰해서 쓰기도 쉽지 않은데, 남의 이야기를 대신 쓴다는 건 말할 것도 없다. 생계라는 분명한 목적이 아닌 이상 대필이 주는 매력은 떨어진다. 대필작가(代筆作家)의 영어식 표현인 ghostwriter가 더 정확한 의미로 와 닿는다. 정말 삶의 의미가 있는 누군가의 자서전이나 회고록 등을 대신 써주는 일이 아니라면 글 쓸 맛이 뚝 떨어질 것 같다.

 

그런 내가 오늘 대필 작가로 데뷔했다. 신나는 대필이다. 흥이 절로 난다. 다섯 살 글을 모르고 말할 줄만 아는 아들 녀석이 엄마와 아빠 사이를 오가며 글을 써 달라 한다. 그걸 또 엄마와 아빠에게 가져가 읽어달란다. 사랑해, 방구, 똥, 경찰 아저씨, 차 등 용어가 그리 폭넓진 않지만, 감정의 충실함만큼은 상당하다. 말로만 아니라 ‘아빠 너무너무 사랑해’라고 말하는 걸 들으면 어깨가 들썩들썩. 이런 대필 작가라면 언제라도 할 수 있을 듯. 기분 좋은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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