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사/법과 언론

딱 한 잔만 더할까

 


 과음한 이유를 어디서 찾을까. 술을 마시다 보면 본인 스스로 많이 마실 수도, 분위기에 취해 많이 마실 수도 있는 문제. 원인 규명이 쉽지 않다. "한 잔만 더 할까"로 시작된 2차 자리, 과연 한 잔만 더하고 끝난 적이 몇 번인가?


 이처럼 과음의 결과는 있지만 그 원인을 딱 잡아 이야기하긴 쉽지 않다.


 하지만 법은 다르다. 원인을 어떻게든 찾아 결론을 내려야 한다. 그 결론에 따라 한 사람의 인생이 좌우된다. 보상과 배상, 즉 ‘돈’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원인 같지 않은 원인을 딱 잘라 이야기해야 하기에 법은 어찌 보면 참 잔인하다. 8일 언론에 일제히 보도된 아래 사건에서도 1·2심과 대법원의 판결이 ‘왔다리 갔다리’ 한 점을 보면 법원도 그만큼 고민이 컸다는 걸 알 수 있다.


2012년 7월 A 씨는 회식으로 동료 30명과 함께 서울 용산의 한 식당에서 1차를 했다. 팀장이 부임한 후 첫 자리였다.

1차는 폭탄을 돌리거나 술잔을 돌리는 분위기가 아니었지만 다들 만취했다. 2차 노래방 역시 원하는 사람만. 18명은 귀가하고 13명이 따라갔다. 

A 씨는 노래방으로 옮기자마자 화장실을 찾던 중 비상구 문을 화장실 문으로 착각해 열고 들어가 비상구 아래로 떨어졌고, 골반 등 부상. 근로복지공단이 업무와 관련성이 없다고 요양급여를 주지 않자 소송을 냈다.


1심은 근로복지공단 승소 판결. 하지만 2심은 다시 A 씨 승소 판결. 2심은 회식 분위기가 고조돼 과음한 것이지 A 씨가 자발적으로 마셨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힌다. 강요 없는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자신의 주량을 초과해 과음했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이었다.


술은 자발적으로 마셨는지 분위기에 취해 마셨는지 굳이 따지지 않는다. 하지만 법은 따진다

술도 긴장하고 마실 일이다.

'세상사 > 법과 언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 안철수! vs 安 철수  (0) 2015.12.14
캐롤이 안 들리는 이유  (0) 2015.12.10
밥그릇 싸움  (0) 2015.12.04
유죄와 무죄 사이 ‘not guilty’를 허하라  (0) 2015.11.24
성추행의 진실  (0) 2015.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