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북적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스타벅스를 자주 이용하는 편은 아니다. 어쩌다 사람 만날 일이 있어 매장을 찾을 때면 한 가지 특이한 점이 눈에 띄었다. 진동벨이 없다는 것.
처음엔 잘 깨닫지 못했다. 그런데 점심시간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주문량이 쌓이고 하면서 진동벨의 부재를 실감할 수 있었다. 매장 직원이 "43번 손님!!, 43번 손님, 43번 손님 아메리카노 2잔 라떼 한 잔 나왔습니다!! 43번 손님" 이건 꽤 오래 전의 일이었고, 요즘엔 이름을 부르는 곳도 있더라.
샤우팅이자 절규였다. 이런 고함은 점심시간 내내 이어졌다. "왜 저러냐, 진동벨 나눠주면 편할 텐데"
문득 궁금해져서 검색을 해봤다. 이유가 나름 있더라. 마케팅 책임자가 수십 년 전 작은 커피점에서 주인이 손님 이름을 부르면서 커피를 건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커피는 단순 커피가 아닌 인간 대 인간을 이어주는 매개체라는 생각에 고객 눈을 마주치면서 커피를 건네는 게 경영철학이 됐다고 한다.
경영 철학, 괜찮다. 그런데 어디까지나 경영 철학이지. 요즘 스타벅스 가보면 작은 매장이 어디 있나. 점심시간 줄이 죽 늘어서서 커피 만들고, 받기 급급한 판에 눈빛 마주친다고 없던 여유가 절로 생길까.
"니가 싫으면 안 가면 그만이지"라고 생각하면 뭐 할 말이 없다. 남의 경영철학이 맘에 안 들면 내가 안 가면 그만이긴 하다. 하지만 어쩌다 가야 할 일이 생기는데 그때마다 소리를 치는 매장 직원들이 좀 안쓰러워 보여서 그런다.
경영 철학이라 고수해야 한다면, 사람이 몰리는 점심시간만이라도 진동벨을 도입해 보는 건 어떨까. 철학도 결국 현실에 발을 디딘 상태라야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