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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수필인듯 에세이

가득이요




업무차 연락을 받아야 할 중요한 순간에 휴대폰 배터리가 빨간색으로 접어들어 불안해 본 적 있나요. 운전하다 주유소가 보이지 않는데 화살표가 ‘E’를 가리켜 맘 조렸던 적. 글을 쓰려 자리에 앉았는데 ‘영감이 고갈된 이 느낌은 뭐지?’라면서 멍하게 흰 종이만 바라봤던 망연자실함.

아침 장거리 운행에 나서기 전날 직장 상사의 호출을 받고 나갔다가 새벽에야 귀가, 아침에 출발하면서 박카스 두 병을 까본 경험은 없나요. 불편한 상사나 가족들과 마침 마주하게 된 둘만의 대화 자리에서 더 할 말이 고갈돼 침묵이 길어졌던 순간들. 회의 때 아이템을 내면서도 내가 봐도 이건 아닌데 싶어 속상했던 순간들.


왠지 아쉬움도 남고 뭔가 모르게 고갈됐던 한 해는 아니었는지. 희망차게 시작했던 2015년이었지만 어느덧 빨간불이 깜빡깜빡.


성탄절과 새해가 패키지로 있는 연말연시는 그래서 더 좋은가 봅니다. 고갈되고 방전돼도 다시 가득 채워져 출발할 거라는 기대감을 주니까요. 새해 목표를 적다 보면 꽉 찬 듯한 이 느낌.



그런 의미에서 오늘 집에 돌아오는 길에 주유소에 들러 "가득이요"를 외쳤습니다. 모두들 2016년엔 ‘가드기’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