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생사/수필인듯 에세이

돌잡이에선 꿈을

최근 지인의 돌잔치에 갔다. 돌을 맞은 아이가 축하를 받고, 돌잡이를 할 때였다. 오랜만에 참석한 돌잔치라 유심히 돌잡이를 관찰했다. 그날따라 아이가 이걸 고르려 했다가 저걸 고르려 했다가 변덕을 부리는 것이 아닌가.


처음엔 청진기를 쥐려 했다. ‘아이고, 요즘 개업 못하는 의사들이 얼마나 많고, 의사들도 위기라는데’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다시 손은 마이크로 향했다. 연예인? 슈스케, 케이팝스타 등 오디션 프로그램의 장면들이 지나갔다. ‘뜨기라도 하면 다행이지만 실력 있는 아이들이 이렇게나 많은 세상에’


다음엔 연필이었다. ‘공부 열심히 해서 대학 졸업해도 취직할 데가 없다는데’


다시 판사봉으로. 예전엔 법조인들이 어땠을지 모르지만 최근 주변에서 만나본 법조인들의 모습은 글쎄. 극심한 불황인 변호사업계 상황도 떠올랐다.


돈으로 손이 가려 하자 ‘그래, 쉽진 않지만 차라리 돈이나 많이 벌어라.’


나도 모르게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뜨끔했다. ‘내가 언제 이렇게 모든 걸 가치보다 물질로 생각하는 사람이 됐나' 꿈으로 가득해야 할 아이의 인생을 내 맘대로 재단해 버렸다는 미안함이 들었다.


결국 그날 아이는 이것저것 만지작거리다 결국 두어 개를 손에 집어 들었다. 부모는 아이가 처음 잡은 게 굳이 청진기라고 우겨댔다. 


다시 생각을 고쳐먹고 ‘그래, 부디 잘 커서 개업이나, 병원 영업을 걱정하는 의사가 아니라 슈바이처가 돼 다오’ 

아이 부모가 들으면 싫어하려나.



2015/12/28 - [인생사/수필인듯 시인듯] - 못난 아들의 사소한 실수에 부모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