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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법과 언론

헌재의 성탄 선물을 조간들은 어떻게 받았나

성탄이브라서 그런지 설레는 마음에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신문을 챙겨봤습니다. 재미있는 부분들이 눈에 띄기에 글을 남겨봅니다. 


대법원보다 후발주자인 헌법재판소가 정책 법원으로서의 기능을 하고,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대법원이 정책 법원으로서의 기능 강화를 위해 상고법원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도 이미 ‘공룡’이 돼 가는 헌재의 존재가 아닐까 합니다.


성탄 이브를 하루 앞둔 23일, 헌재가 성탄절 선물이라도 주는 듯 굵직굵직한 사건을 쏟아낸 것을 보면 이런 존재감이 확실히 느껴집니다. 언뜻 봐도 상당합니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2조 1항 헌법소원 각하 ▲주민등록번호 변경 불허한 주민등록법 헌법불합치 ▲정당 후원 금지한 정치자금법 헌법불합치 ▲화학적 거세 합헌 ▲6개월 미만 근로자 예고 없이 해고 규정한 근로기준법 위헌 ▲ 의료광고 사전심의 규정 위헌 등


헌재는 통상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 오후 2시에 선고를 내리지만 이번 달의 경우 해당 요일이 성탄 이브라는 점을 고려해 23일로 하루 앞당겼나 봅니다. 아무리 기자들이 공휴일 없고, 주말 없이 일한다고 하지만 헌재도 양심은 있었나 보네요. 성탄 이브는 가족과 연일과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해준 게 아닐까요? ㅎㅎ



어쨌든 헌재의 성탄 선물에 24일 조간은 헌재 기사로 가득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쏟아지는 헌재의 결정 중 어떤 사건을 1면에 배치하고, 어떤 사건을 비중 있게 다루느냐는 언론사마다 천차만별이었다는 것이죠.


<조선, 동아 1면>

외교안보 기사를 많이 다루는 조선과 동아는 예상대로 한일청구권 협정 기사를 1면에 배치했습니다. 동아는 사설에서도 다뤘네요. 다른 면에서도 두 매체 모두 의료 광고는 기사화하지 않았고, 조선은 근로기준법은 기사를 싣지 않았네요. 


<서울, 한국 1면>

서울과 한국은 헌재 결정에 따라 주민등록번호를 2018년부터 바꿀 수 있다는 기사를 1면에 배치했습니다. 서울은 의료광고를 하기 전에 사전 심의를 받도록 한 의료법 56조 등이 사전검열에 해당해 위헌이라는 기사도 작게나마 1면에 실었네요.  


<한겨레, 경향 1면>

한겨레는 정당후원 부활을, 경향은 서울이나 한국과 마찬가지로 주민번호를 1면에 배치하고 조선과 동아처럼 한일청구권협정을 1면에 실었습니다. 


정리를 하고 나서 봐도 어느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기사가 없네요. 헌재가 아닌 법원의 선고가 사실 민사소송을 당하지 않거나 형사 사건에 휘말리지 않는다면 내 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일이 별로 없는데, 반면 헌재의 결정은 제 생활과 연관된 부분이 훨씬 많아 보입니다. 정당 후원이라든지, 주민번호 변경의 경우 요건이 있지만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으니까요.


오늘 조간이 헌재 기사로 도배되는 걸 보고 정책 기능 강화를 외치고 있는 법원 측이 좀 배가 아프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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