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6일 언론에서는 성추행 사건을 일제히 보도했다.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한 혐의를 받았던 남성에게 1심은 징역형을 선고했지만 2심은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했다는 기사다.
사건의 대략
이 사건은 어떻게 재판까지 오게 됐을까. 여성은 엉덩이를 스치는 느낌을 받았고 기분이 나빴지만 문제가 불거지는 것이 번거롭기도 해서 그저 지나치려 했다. A 씨의 얼굴은 쳐다보지 않았다. 하지만 옆에서 이를 목격한 경찰이 이 여성에게 성추행 사실을 알려주고 신고를 하라고 했다.
무죄 판결의 취지
이 여성이 A 씨의 얼굴을 직접 목격한 것도 아니었고, 경찰에서 작성한 진술조서에도 "경찰관이 쓰라고 해서 쓴 부분도 있다"는 것. 즉, 이 여성의 직접 경험이 아닌 경찰관의 예단이나 평가가 개입됐을 수 있다는 것. 법원은 형사사건에서는 증거를 엄격하게 다루는데 수사기관의 무리한 개입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2·3심은 이를 지적하면서 혼잡한 지하철 내에서 불가피한 신체접촉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1심은 왜 징역 4월이나 선고했을까
언론에서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나는 2·3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것보다 1심이 유죄를 인정하면서 A 씨에게 징역 4월이나 선고한 것에 더 의문이 갔다. 혐의를 인정하더라도 잘못을 한 건 맞지만 집행유예도 아닌 징역 4월까지 선고하는 것이 적정한 수준이었는가 하는 문제다. 이 의문은 대부분의 기사에서는 풀리지 않았다. 일부 언론만 그 이유를 기재했다. 그 내용을 보고서야 의문이 풀렸다. A 씨가 이 일에 앞서 성추행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집행유예 기간 중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었다. 집행유예 기간 중 범행을 저지르면 가중 처벌하게 된다. 집행유예를 기사에서 다루지 않았을 때 많은 독자들이 나와 같이 생각했을 수 있다. "A 씨가 잘못은 했지만 4개월이나 감방에 가둬놓는구나, 우와 법 참 세다". 이런 의문이 남지 않도록 언론에서는 1심 징역 4월을 소개하면서 집행유예 전과를 다뤄주는 것이 맞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A 씨는 진짜 성추행을 하지 않았던 걸까
또 하나. 전과가 있다고 생각을 해보니 과연 ‘진실은 무엇이었을까’라는 의문이 남는다. A 씨는 과연 혼잡한 전동차 내에서 불가피하게 신체접촉을 한 것일까, 아니면 의도적으로 20살 여성의 엉덩이에 주요 부위를 들이댄 것일까. 유무죄는 가려졌지만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지지 않았다. A 씨만이 정답을 알고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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