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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틈새 글쓰기

처박아둔 국어사전을 다시 꺼내게 될 줄이야

 

2006년 구입한 민중엣센스 국어사전

시간이 좀 지나면 최신판 국어대사전에도 도전!

 

최근 글을 쓰다 보니 단어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적확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최선의 단어보다 내 기억 속에 저장된 익숙한 용어를 선택할 때가 많았다. 단어의 가치를 반값에 후려치는 기분이 들었다. 관찰자로 세상을 파고들면서 사실적인 단어를 구사하는 김훈의 글이나, 언어학자로서 독창적 언어관을 구사하는 고종석의 단어 해부에 가까운 글을 볼 때면 내 단어에서 안일함이 닥지닥지 들러붙어 있는 것만 같았다.


돌고 돌아 서랍 깊숙이 처박아둔 국어사전을 꺼내 들었다.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이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 국어사전을 보고 재미를 느끼다니. 분명 이상 징후다. 한자어는 한자를 함께 적지 않는 이상 독자들에게 어렵게 다가가기 때문에 논외로 치더라도 쓸만한 우리말이 참 많았다.

 

몇 페이지 넘기지 않았지만, 이목을 끄는 단어가 즐비했다. 익숙한 듯하면서도, 잘 사용하지 않은 듯하면서도, 뜻에 맞게 쓰면 의미 전달이 더 잘 될 것 같은 그런 단어들(괄호 안은 인터넷에서 적절한 예시를 찾아봤다.

△가깝디가깝다 : 매우 가깝다
△가끔가끔: 여러 번 가끔
△가년스럽다 : 몹시 궁상스러워 보이다. 가년스레
△가닐거리다 : 벌레가 기어가는 것처럼 살갗에 간지럽고 자릿한 느낌이 자꾸 들다. 보기에 매우 위태롭거나 치사하고 더러워 마음에 자린 느낌이 자꾸 들다. 큰말은 ‘그닐거리다’(사고를 수습하는 광경을 보니 나도 모르게 몸이 가닐거렸다, 몸이 가닐거리는 것 같아 꿈에서 깼다)
△가드락거리다 : 자꾸 버릇없이 경망스럽게 도도히 굴다. 큰 말은 ‘거드럭거리다’ 센 말은 ‘까드락거리다’ (그는 자기만 아는 체하며 가드락거려서 동료들이 싫어한다)

 

국어사전이 좋은 점은 가나다순으로 나열돼 있기 때문에 비슷한 단어를 비교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인터넷 국어사전에서 검색해도 관련 어휘들이 뜨긴 하지만 일일이 잘 클릭이 되지 않는다. 국어사전은 한눈에 이어서 볼 수 있으니 그게 장점이다.

 

심심할 때 자주 읽어봐야겠다. 다시 생각해도 이건 분명 이상 징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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