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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의 충고> 이철희가 따져 본 진보 집권 전략

약속 장소로 가기 전 서점에서 시간을 때우다 손에 잡힌 책. 정치평론가 이철희가 ‘무능한 야당’, ‘못난 진보’를 극복하는 길을 찾기 위해 만난 7인의 인터뷰 기록이다. 목차를 둘러보다가 "민주주의는 시끌벅적한 것입니다. 효율성은 민주주의의 중심 가치가 아닙니다."라는 말이 눈에 띄어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와의 대담을 후다닥 읽어봤다.


몇 가지 생각할 거리가 있었다. 


#최 교수는 민주주의가 효율성을 중심으로 한 깔끔한 체제가 아닌데 한국에선 효율성과 행정의 관점에서 정치를 재단하려 한다고 봤다. 그 원인을 경제가 먼저 발전한 사회에서 민주주의가 자라다 보니 경제적 관점을 통해 민주주의를 바라보게 됐다는 것이다. 나 역시 정치를 바라볼 때 효율의 가치를 가장 우선시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국회에서 ‘합의’를 명분으로 법에서 정한 시한을 넘기는, 예를 들어 선거구 획정 문제 등, 이런 경우에 효율성과 행정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잘못된 것일까.


#현실 정치에서 다양한 이해관계를 담는 간접민주주의의 통로로 정당의 역할은 중요하다. 이런 이해관계를 잘 담아내야 하는데 정당이 허약하다면 통로가 사라지게 되기 때문에 정치가 강자의 이해관계만 반영하게 된다는 것이 최 교수의 분석이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안철수의 국민의당은 지지율은 나오지만, 과연 얼마나 조직력을 갖추고 실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신당 창설 이후 반짝 주목을 받으며 지지율이 어느 정도 나오기는 했지만, 안철수 1인의 리더십에 연명하며 근근이 지지율을 받치고 있는 모습은 아닌가. 어쨌든 총선 전후로 냉정함을 되찾게 되면 결판이 나올 것이다. 허약한지 강한지.


#진보를 지향하는 야당의 한계를 지적한 이철희는 19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으니 이제 정치평론가가 아닌 정치인이다. 그가 최 교수와의 대담에서 공감했던 야당의 근원적 문제(패배를 염두에 둔 알리바이, 선거경쟁에서 신뢰와 실력 부재 등)를 어떻게 헤쳐나가느냐도 관전 포인트다. 물론 1인의 정치신인(야당 보좌관, 비례대표 도전 등 이력을 봤을 때 완전 신인으로 평가하긴 어렵겠지만)으로서 기성 정당에 들어가 할 수 있는 역할이나 활동의 폭은 어쩌면 정치평론가 시절보다 줄어들 수 있다. 한계와 좌절을 맛볼 것이다. 그럼에도 문제가 산적한 야당에 뛰어든 정치인 이철희의 역할에 기대 반 우려 반. 이철희뿐 아니라 제 3자의 관점에서 정치를 비판했던 정치평론가들의 총선행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들이 정당에 흡수됐을 때 기성 정치에 매몰되는지 아니면 정치 발전에 기여하는지 분석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이 책은  <다음, 작가의 발견-7인의 작가전>의 인터뷰 일부를 연재한 것이기 때문에 이 사이트에 들어가면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 나머지 인터뷰들도 틈나는 대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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