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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책책책

카드뉴스스러운 책들, 어떻게 읽을까

최근 카드뉴스가 유행이다. 모바일 시대에 최적화된 보도 형태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페북이나 웹 검색을 통해 카드뉴스를 한 번이라도 접해본 사람이라면 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첨부된 사진과 함께 짧게 던지는 텍스트 메시지가 눈에 쏙쏙 들어온다. 영상보다 접근하기 쉬우면서도 영상을 보는 듯한 효과라고나 할까.

 

이런 경향은 모바일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인에게 선물 받은 책을 읽다가 카드뉴스와 비슷한 책의 형식에 눈이 갔다. 

 

『1℃ 인문학』 (책 소개 바로가기)

 

쉽게 읽히면서도 짤막짤막하게 던지는 메시지가 울림이 컸다. IDEA, LOVE, COURAGE, PEOPLE, SOCIETY 등 주제별 10개의 콘텐츠와 2개의 인터뷰 기사를 다뤘다. "이런 일도 있구나",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이런 아이디어를 어떻게 생각해 냈을까" 등의 감탄사가 나왔다. 포털과 페북에서 큰 인기를 끈 카드뉴스 형식의 내용을 책으로 엮어냈기 때문에 당연히 기성 책의 형태를 탈피했다.

 

하지만 책의 내용이나 주제와는 상관없이 이런 류의 책을 읽다 보니 우려스러운 지점도 보였다.

 

 

강렬하게 다가오지만 텍스트 가득한 정통 독서법에서 느낄 수 있는 사고의 깊이까지 안내해주지는 않았다. 퇴근길 불어오는 바람이 뺨을 얼얼하게 적시기는 하지만, 메리야스 안에 포근하게 자리한 살결까지는 차마 건드리지 못하는 정도의 강렬함이라고나 할까.

 

인문학을 굳이 어려운 썰을 동원해 풀지 않더라도 독자에게 쉽게 다가가게 한다는 긍정 효과는 있겠지만 인간의 가치, 근원적인 문제를 다루는 인문학을 터치 수준으로 가볍게 접하도록 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우려. 물론 인문학 책 10권을 읽다가 한두 권 이런 형태의 책을 읽는 것은 권장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연구소가 발표한 ‘2015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세 명 중 한 명은 1년간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는다고 한다. 해가 갈수록 독서인구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

 

가뜩이나 책을 읽지도 않는데, 그나마 쉽게 읽히는 이런 책만 찾게 되면 10년 후 20년 후의 시민의식이 어떻게 될까. 앞서 블로그에 후기를 남겼던 책들은 시대 변화와 함께 생활정치, 생활민주주의가 대안이 될 것이라고 하면서 정치 영역에서도 결국 시민사회가 주역이 돼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하지만 권력을 견제하고, 아래로부터의 개혁을 이뤄야 할 시민사회가 정작 독서를 방치하면서 내공을 갖추지 못한다면 권력 흐름은 지금의 하향식과 별반 다르진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덧붙이는 말 : 글을 쓰고 나서 보니 좀 ‘꼰대’스러운 느낌이 난다. 누군가는 나에게 "다들 알아서 비평적으로 잘 읽고 있으니, 너나 잘하세요"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싶다. 결국 내가 쓴 이 글이 다시 나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에 대한 나의 대답 "네, 남 신경 쓸 시간에 저나 잘할게요". 이것저것 가리지 말고 부지런히 읽어보자는 다짐을 하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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