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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책책책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어떻게 불러야 하나-[25년간의 수요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상임 대표를 맡고 있는 윤미향 씨가 쓴 '20년간의 수요일'이 나온 지 5년 만에 개정판을 낸 '25년간의 수요일'. 개정판이 나오기까지 우리는 언론 보도를 통해 할머니 한 분, 한 분을 계속해서 떠나보내야 했다. 


25년간의 수요일 / 윤미향 / 사이행성 / 2016


그러는 동안에도,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매주 수요일 일본 대사관 앞 시위는 계속됐다. 책을 읽던 내내 마음의 빚이 커졌고, 이 빚을 어떻게 갚아야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나오듯 할머니들은 누군가의 딸이었고, 누군가의 어머니였다. 이 할머니들이 10대 꽃다운 청춘에 일본군에 끌려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모진 세월을 보냈다. 


지난번 위안부 사죄 반성-조간들은 어떻게 봤나 라는 글에서 지난해 12월 할머니들에게 사전 동의도 구하지 않고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타결했다'는 발표와 그와 관련한 보도 내용을 전달했을 때 너무 안일한 생각을 했었던 것이 아닌가 반성을 하게 됐다. 역시나 일본의 아베 신조 정권은 소녀상 철거를 기정사실로 하는 등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할머니들에게 작은 보탬이 되고자 고민하던 중, 제대로 된 용어를 널리 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종 관련 보도를 접할 때도 사실 어떤 용어가 정확한 것인지, 어떤 단어가 할머니들에게 결례일지 의문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잘 정리가 됐다. 앞으로 용어를 사용하는 분들이 정확하게 사용하라는 의미에서 책에서 저자가 말한 부분을 요약 정리해 본다. 


#우선 잘못된 단어부터 정리(p. 41~51)

1. 정신대 할머니 : 정신대(挺身隊)는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친다’는 의미. 여기서 나라는 일본을 가리킴. 일제강점기에 남성뿐 아니라 여성도 징용이나 징병으로 끌려감. 이 단어는 남녀 불문하고 국민들을 동원한 일제의 인력 동원 정책을 의미. 실제 위안부 할머니 중에는 정신대 명목으로 모집돼 성 노예의 피해자가 된 분들이 있음. 위안부 할머니들은 1990년대 초까지 정신대로 흔히 불림. 

하지만, 정신대라는 단어 속에는 여성을 성적 노예로 만들었다는 의미가 없어짐. 또 일본 공장에 노동력을 빼앗긴 여성들도 ‘위안부’로 오해받는 일들이 생겨 이 단어의 사용으로 그 여성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도 있었음.


2. 위안부 : ‘위로하여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여성’이라는 뜻. 일제가 자신들의 만행을 숨기기 위해 완곡하고 아름다운 이름을 찾아 피해자들에게 선사한 단어. 일본군 문서에는 ‘종업부’ ‘작부’ ‘취업부’ 등 여러 이름으로 지칭. 1939년부터 ‘위안부’라는 단어 등장한 이후 이 단어로 고정

피해자의 입장에서 본 용어가 아니라 가해자 입장에서 붙인 이름


3. 종군 위안부 : 1980~1990년대 주로 사용. 종군(從軍)은 ‘군을 따른다’는 뜻. 이 단어 역시 군인의 입장에서 붙인 말. 군인의 시선에서 여성이 군대를 따라왔다는 뜻. 여성이 자발적으로 군을 따라다니며 위안을 줬다는 의미가 내재함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맞을까, 현재로선 (일본군 '위안부')로 쓰는 게 가장 적합(p. 51~53)

1992년 논의 초기 1차 아시아연대회의에서 ‘종군 위안부’ 앞에 강제라는 단어를 붙여 ‘강제 종군 위안부’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로 했지만 강제와 종군이라는 상반된 단어가 묶이는 현상 발생. 

1993년 2차 아시아연대회의에서 ‘위안부’라는 단어를 그대로 사용하되, 실제 그 여성들이 위안부였던 것이 아니라 일본군에 의해, 일본군 문서에 의해 위안부로 불렸던 것이므로 작은따옴표를 붙여 사용하고, 범죄 주체인 일본군을 붙여 일본군 ‘위안부’로 사용하기로 결정. 영어로는 ‘Military Sexual Slavery by Japan’ 즉, ‘일본군 성 노예’라는 이름으로 사용하기로 결의.

이때부터 일본군 ‘위안부’로 통일해 사용하고, 유엔인권위원회 등 국제기구에서도 위의 영어 표기로 사용. 2004년 국제회의에서 일본군 ‘위안부’ 제도를 그대로 사용하되, ‘일본군 성 노예 제도’라는 말도 함께 사용하기로. 피해자를 지칭할 때는 ‘일본군 성 노예제 피해자’ ‘일본군 ‘위안부’ 제도 피해자’로 부르기로 함


저자가 밝혔듯 몇몇 생존자들은 여전히 이 이름을 거부하고 있다. ‘위안부’라는 이름은 지금도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 단어를 바꾸지 못하고 있는데 일본군 범죄를 고발하기 위해 적합하다는 의견도 있다고 한다. 더 좋은 단어가 생겨날 때까지 적어도 이처럼 합의된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더 적합한 이름이 없을지 함께 고민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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