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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틈새 글쓰기

필명과 실명 사이에서

 

글을 쓰다 보면 필명이라 좋을 때가 있다. 내 이름 석자를 뒤로 하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좀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민망할 수 있는 시도 용감하게 올릴 수 있다. 민감한 이슈도 슬쩍슬쩍 건드릴 수 있다.

 

한계도 있다. 에세이가 그렇다. 에세이는 결국 내 일상사, 내 삶의 반경이 주요한 글감이 될 텐데 필명을 공언한 이상 누군가 나를 특정할 수 있는 이야기를 싣기 힘들다. 예를 들면 직업과 관련된 내용을 쓰다 보면 내가 뭘 하는 사람인지 알 수 있다. 뭐 대단한 유명인도 아닌데 생각이 과했을 수도 있지만 필명으로 운영키로 한 이상 가급적 그런 주제는 피하는 편이다. 참 아깝다. 직업 관련 글을 쓸 게 참 많은데.

 

처음 블로그 몇 달은 완전 필명으로 운영했다. 그러다 아내에게 알려주고, 친구 몇 명, 관련 업계에도 친하다 싶거나 글에 관심 있다 싶은 사람한텐 알려줬다. 한 명 두 명 알려주다 보니 이제 꽤 된다.

 

그러다 보니 지금은 필명도 실명도 아닌 상황이 돼 버렸다. 필명의 자유로움이 사라졌다. 글을 물론 필명으로 쓰지만 ‘이 글을 내가 아는 누군가 보겠지’라는 생각을 하다 보면 사실상 자유로움이 사라진 사실상 실명 글이 돼 버린다. 어정쩡한 상태.

 

이런 푸념을 늘어놓는 이유는 오늘 같은 날 때문이다. 뭔가를 올리려고 하지만 도무지 글감이 떠오르지 않는다. 직업 관련 이야길 하자면 쓸 내용도 많고, 언젠가 책을 내더라도 흥미로운 주제들이 있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실명으로 전환해 버릴까 싶은 날이다. 좀 더 고민해봐야겠다.

 

이 글은 푸념에 가깝다. 그러나 푸념을 늘어놓는 오늘은 금요일. 게다가 아내와 아이들은 처가에 내려간 상황. 너무 좋아하면 곤란하다. 그래서 푸념으로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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