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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엉뚱한 생각

동일 시간대에 차 막힘이 다른 이유

 

저녁 약속이 없는 날은 정시퇴근을 하기 때문에 집으로 향하는 시간이 대체로 일정하다. 그런 날이 많지 않다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그래도 약속 없는 날이면 늦지 않은 시간에 집에 들어가는 편이다.


자가용을 이용하는데, 같은 시간대라도 차 막힘의 정도는 다르다. 다른 조건이 별 차이가 없는 날도 막히는 정도가 다른 게 신기하다. 날씨와 같은 두드러진 차이가 있는 날이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눈이 오거나 비가 오면 차가 줄거나 느는 건 당연하다. 차량 개수뿐 아니라 방어 운전을 하기 때문에 좀 더 막히게 마련이다. 금요일이나 주말도 물론 평일과 비교하기 어렵다. 월요일 역시 한주 업무를 시작하는 날이니 예외로 두자.


그렇다면 다른 조건이 동일한(시간, 날씨 등) 평일(화, 수, 목)에는 왜 차이가 날까. 오늘은 화요일, 다른 평일에 비해 유난히 막혔다. 국회에서 올림픽대로를 타고 어딘가에서 빠지는 내 퇴근 코스가 여느 때와 달랐다.


이런 결과를 가져온 요인은 뭐가 있을지 상상의 날개를 펴봤다. 몇 가지 꾸역꾸역 생각을 꺼낼 수 있었다.
-왠지 대중교통보다 차를 이용하고 싶은 사람이 많았다. 약속이나 한 듯.
-야근을 밥 먹듯 시키던 상사가 오늘은 웬일인지 정시 퇴근을 권장했다.
-내가 모르는 유명 아이돌 콘서트나 우리나라를 들썩일법한 중요한 행사가 내가 차 타고 가는 방향 어딘가에서 열린다.
-‘이게 나라냐’라며 어제(월요일) 사람들이 술을 많이 마시고 차를 놔뒀다가 오늘 퇴근길에 차를 가져갔다.
-화, 수, 목이 비슷한 평일로 보이지만 심리적으로는 차이가 난다. 오늘(화)은 사람들이 왠지 저녁 약속을 잡기 싫은 날이다. 그래서 일찍 퇴근하는 사람이 많다.

 

억지스럽긴 하지만 어쨌든 정리하고 보니 신기했다. 모두 외부적 요인이다. 미처 발견하지 못한 내 안의 요인은 없을지 다시 생각을 굴려본다. 그제야 한두 개가 떠오른다.

 

-내가 평소와 똑같은 시간에 차를 출발했다 생각했지만, 주차장까지 가는 발걸음이 왠지 무거워 실은 좀 늦었다.(주차장까지는 꽤 먼 거리다)
-건조한 피부 탓 살짝 갈라진 뒤꿈치가 에려 나도 모르게 걸음이 느려졌다.

 

이것 역시 억지스럽다. 하지만 굳이 찾자면 원인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퇴근 시간에는 5분, 10분 사이에도 차 막힘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환경에 변화를 미치는 요인은 외부에만 있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난 당연히 외부에서만 그것을 찾았다. 내부에서 원인을 찾는 건 두 번이나 생각하고 난 뒤였다. 어느덧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 특히 뭔가 부정적 사건에 대해 외부로만 시야를 둔 건 아닌지 돌아본다. 차를 타다 보면 별 잡생각이 다 든다.

 

2017/01/10 - [인생사/수필인듯 에세이] - 좌회전에 대한 엉뚱한 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