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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수필인듯 에세이

부산 출장

부산으로 출장 왔다. 부산에 내려온 게 오랜만이다. 예전엔 제집 드나들듯 다녔던 곳이다. 

연애 시절, 부산과 서울을 오갔던 적이 있었다. 지금의 아내는 부산에, 나는 서울에 있었다. 거리만큼이나 신분 차이도 있었다. 아내는 직장인, 나는 백수. 모든 게 불확실하던 상황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부산과 서울을 오갔다. 아내가 보고 싶어 점심때 부산행 버스에 몸을 싣고, 그렇게 데이트를 하고 막차를 타고 서울로 왔다. 백수 주제에. 용기가 있었다. 하루를 제칠 정도의 무모함도 있었다.


숙소 바깥으로 보이는 부산 야경


다행히 직장을 갖고, 감사하게도 결혼을 했다. 결혼 후에도 반년 정도는 주말 부부로 지냈다. 금요일 퇴근 후 KTX를 타고 부산으로 갔다. 백수 시절엔 KTX 비용이 비싸 엄두를 못 냈지만, 직장인이 되니 KTX 탈 정도는 되더라. 다행스러운 일이다. 2박 3일을 함께 보내고, 아쉬운 작별을 하며 일요일 서울행에 몸을 실었다.


오늘 부산에 내려와 지하철을 탔는데 그때 봤던 정거장 이름이 하나둘 눈에 들어왔다. 일하러 올 때와 아내를 만나러 왔을 때가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 생각해 보면 참 먼 거리를, 멀다 생각 않고 내려오던 시절이었다. 피곤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생각은 피로를 잊게 하는 마법이 있었다. 대신 올라오는 길은 달랐다. 아쉬움이 남았다. 헤어짐의 서운함도 있었다. 허한 마음에 서울까지 와야 했다.


주말 부부의 고리를 끊게 된 건 첫째가 태어나고서다. 가족이 중요하지 일이 중한가. 뭣이 중헌디. 그런 의미에서 첫째는 복덩이다. 고된 부산과 서울 왕복을 멈춘 것도 어느덧 5년쯤 됐다. 당연하다 싶었던 것들이 새삼 감사하게 와 닿는다. 부산에 와서 좋은 자극 하나 받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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