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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수필인듯 에세이

전화 수신 거절 메시지는 사람을 닮는다?

전화 수신 거절 메시지는 여러 종류가 있다.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가 기본. 좀 더 친절한 사람은 ‘운전 중이니’ ‘회의 중이니’ ‘수업 중이니’ 등 몇몇 수식어를 붙여 정중히 거절 의사를 밝힌다. 뒤에 문장이 첨가되는 경우가 있는데 최근 어떤 사람으로부터 받은 메시지다.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나중에 연락주세요’



한 번이 아니고, 업무상 처리할 것이 있어서 한 달 정도 기간에 그 사람으로부터 몇 번 이 메시지를 받았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반복되다 보니 여러 생각이 들었다. 전화를 받지 못할 상황이면, 본인이 다시 전화를 거는 게 도리가 아닐까. 나중에 연락을 달라는데 10분 뒤인지 한 시간 뒤인지, 하루 뒤인지 알 수도 없다. 과장되게 말하면 건방지다는 생각도 들었다. 밀린 전화가 쌓여서 콜백을 못해줄 만큼 그리 바빠 보이지도 않는 사람이다.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나중에 연락드리겠습니다’가 최소한 기본이 아닐까.


사소한 일 일지 모른다. 아마 내 기분을 건드린 상대방 역시 무심결에, 아니면 이미 등록된 수신 거절 메시지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메시지가 평소 그의 언행과 닮았다. 존중할 만한 인품을 가진 사람 같으면 ‘이렇게 변경하는 것이 어떠냐’고 조언할 맘이 생길 텐데, 아쉽지만 그런 마음이 들지 않는다. 메시지도 사람을 닮는 건가.


이런 일을 겪으며 나는 전화 수신 거절 메시지를 추가 설정했다. ‘…. 곧 전화드리겠습니다’ ‘…. 금방 전화 드리겠습니다’ 등. 최대 6개까지만 등록하게 돼 있어서 그렇지, 아니었다면 아마도 ‘10분 뒤’ ‘1시간 뒤’ 등 여러 버전으로 설정해 놓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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