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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책책책

랭스턴 휴스 단편선

 

 

이 책에서 저자 랭스턴 휴스(LANGSTON HUGHES, 1902~1967)를 이렇게 소개한다. ‘1920년대 흑인들의 문화 운동인 할렘 르네상스를 이끈 흑인 문학의 거장 랭스턴 휴스는 흑인 민중예술을 대표하는 ‘솔(영혼)’을 최초로 긍지 높게 노래한 작가로, 오늘날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정신적 아버지로 존경받는다.… 특히 흑인의 관점에서 본 하층민의 생활을 다룬 짧고 재기 넘치는 많은 단편을 남기면서 ‘할렘의 오 헨리’에 비유되기도 했다.’

당시 시대상과 분위기 등이 단편에서 묻어나는데 이런 문학의 배경지식이 제대로 없어서인지 잘 공감이 되지는 않는다. 유명 외국 소설가들의 책을 읽을 때, 특히 더글라스 케네디의 책처럼 인간사가 주를 이루고 배경이 엑스트라가 되는 류의 책이 아니라 시대상을 알아야만 몰입도가 높아지는 류의 책일 경우에 괴리감은 더 커진다. 시대상이 절절히 반영된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외국인이 읽었을 때 얼마나 공감할 것인지와 같은 질문이 아닐까. ‘흑인의 관점’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아야겠다.

그 와중에 와 닿는 단편 하나를 소개한다. 위에서 말한 대로 미국의 대공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인지 쉽게 읽힌다. ㅎㅎ

'어떤 용기'라는 단편

"우리 마을에는 일자리가 전혀 없었어요. 아니, 다른 어떤 곳도 마찬가지였을 테지만... 석탄 집하장과 연료 회사를 운영하던 바텔슨 씨는 흑인들에 대한 편견이 없었기 때문에 어린 오이스터에게 그의 회사에서 일을 할 수 있게 해 준 거였어요. 백인 운전사들은 질투에 눈이 멀 지경이었죠. 자기들은 밖에 나와서 트럭을 운전하는데 흑인이 사무실에 앉아 일을 하다니

하지만 곧 경제공황이 닥쳤고, 회사는 파산. 아들 오이스터가 일자리를 잃고 흑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하자 착하게 살던 아버지는 취업 소개소로 가서 권리를 주장하던 중 화가 나 신경질을 부리다 공산당으로 몰리고 경찰서에 연행된다. 이 일을 전해 들은 오이스터가 그 사내를 흠씬 두들겨 팬다.

감옥에서 나온 뒤로 오이스터 부자에게 아무런 일자리도 주지 않았어요. 자신들은 흑인 공산당들을 먹여 살릴 수는 없다고 하면서 말이에요. 공산주의자라는 말조차 들어 본 적 없는 오이스터 영감과 아들에게, 자기들 사무실에 와서 그들의 권리를 주장했다고 빨갱이라고 부르는 거예요.

결국 이 부자는 골목에서 쓰레기 나르는 일을 한다.

"용기가 밥을 먹여 주지는 않지", "그렇기는 하죠. 하지만 수치심 때문에 숨이 막혀 줄을 수는 없어요. 나는 아들이 있으면 용기가 밥 먹여 줘?라는 헛소리나 하며 시간을 때우는 당신보다는 오이스터 영감의 아들 같았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