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세기의 대결. 어딜 가나 이 이야기로 가득하다. ‘인공지능이 인간 바둑을 이겼다’ ‘인공지능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집단지성과 인간 이성의 싸움’ ‘구글의 승리’ 등 관전평이 즐비하다. 나는 좀 소박한 관전평 하나 남길까 한다.
‘바둑의 바’ 자도 모른다. 물론 장기는 넷**, 한** 등에서 9단까지 찍은 경력이 있다. 장기의 매력은 단타에 승부를 낼 수 있다는 것. 내 성격과도 잘 맞았다. 물론 너무 시간을 뺏기는 것 같아 60살이 넘어서 본격적으로 두자는 맘을 먹고 회원 탈퇴를 했다. 눈물을 머금고. 하지만 바둑은 전혀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TV를 보다 바둑 채널이 나오면 ‘한 판 하기도 저렇게 오래 걸리는 따분한 바둑을 왜 둘까’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하도 세기의 대결이라 하길래 도대체 뭘까 싶어서 2국 대결을 지켜보고 있다. 신선한 충격. 한 수 한 수 이세돌과 알파고의 돌이 판에 놓일 때마다 중계진들의 놀람, 탄식, 의문, 우려 등 각종 분석이 나왔다.
바둑의 규정을 모르는 나 같은 사람도 느낄 수 있었다. 한 수씩 두는 정적의 이면에 휘몰아치는 칼날의 부딪힘. 이세돌과 알파고 위에서는 칼을 든 전투 병력이 베고 막고 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한 수 제대로 찌르면 적군의 한쪽 방어선이 우르르 무너지고, 실수하면 순간 아군 진지에 폭탄이 떨어지는 장면이 연상됐다.
'하, 이것 참 매력 있구나'. 응팔에서 박보검이 바둑판에 돌을 놓을 때도, 미생의 각 파트마다 바둑과 인생이 비유될 때도, 영화 '스톤'과 '신의 한 수'에서 내기 바둑이 소재로 등장했을 때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바둑의 매력.
또 하나의 고민이 생겼다. 바둑을 시작할 것인가 말 것인가. 나에게 고민거리를 안겨주는 걸 보니 세기의 대결이 맞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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