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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수필인듯 에세이

다름을 추구한다는 것

 

요즘 스마트워치 사용자가 많다. 나 역시 그중 하나. 같은 걸 쓰는 사람이 워낙 많다 보니 차별화된 뭔가를 고민했다. 시곗줄만이라도 나만의 것을 사용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러 별도로 메탈을 구매했다.

 

가죽보다 약간의 무게가 있었지만, 조금이라도 ‘다름’을 위안으로 삼았다. 하루이틀사흘나흘 한달두달쯤 됐을까.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문득 와이셔츠 소매의 해어진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이상하다, 얼마 전 맞춘 새 와이셔츠인데’. 신기하게 다른 와이셔츠도 마찬가지였다. 정도의 차이만 있었지 올이 약간씩 풀려 있는 게 아닌가. ‘이번에 맞춘 브랜드는 영 아니군’. 그러던 찰나 하나 더 신기한 걸 발견했다. 해어진 부분이 죄다 왼쪽 손목이었다.

 

그제야 와이셔츠가 문제가 아니란 걸 알았다. 시나브로라는 단어는 이럴 때 쓰는 것인가. 당장 시곗줄을 원래 가죽으로 갈았다. 다름을 같음으로 재수정하는 순간. 이후 추가 출혈은 발생하지 않았다. 해어진 와이셔츠는 수선을 맡기긴 했지만, 원형 그대로 복원은 쉽지 않을 듯하다.

 

다름은 때로 대가를 요구할 때가 있다. 내 소심한 시도야 약과 수준, ‘튀는 다름’을 선택한 이들에게는 그 대가가 남의 따가운 시선일 수 있고,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갈 때의 저항일 수도 있다. 그래도 다름의 대가가 주는 교훈이 있다는 게 다행이다. 같음의 테두리에만 있는 사람은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와이셔츠에는 꺼끌꺼끌한 메탈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바꿔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다. 거창한 걸 추진할 배짱은 안 되지만 이런 소박한 다름은 계속 시도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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