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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수필인듯 에세이

성탄 이브

성탄 이브, 광화문을 다녀오면서 늦은 시간 남긴 페북에 사람들이 하나둘 ‘좋아요’를 누른다.
신기하다. 이 시간에도 내가 올린 글을 보는 사람들이 있구나.

그는, 그녀는, 녀석은, 또 일면식도 없이 사진으로만 친구 행세를 한 그들은 이 시간까지 잠도 자지 않고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걸까.


한 명씩 체크를 할 때마다 인생이 하나씩 포개진다. 그의 인생에서 이 시간은 어떤 의미일까.

누군가에겐 성탄의 감격, 혹자에겐 휴일이 주는 편안함, 또 어떤 인생엔 촛불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밤, 다른 이에겐 어찌할 수 없는 무료함을 달래는 시간, 또 나에겐 너와 다른 내가 있다. 내가 올린 글이 그들의 인생을 조금이라도 스쳐 갔다면.


그런저런 생각 끝에 도달한 집. 띡띡띡띡 현관문을 열고, 다시 방문을 제쳐낸 뒤 따스한 온기가 나를 맞이한다. 이미 잠들어 있는 아내와 두 녀석의 평온한 얼굴.
몇 시간을 바깥에서 떨었던 터라 바로 이불로 스며들고 싶었으나, 육아에 지쳤을 법한 아내가 차마 버리지 못한 음식물쓰레기가 마침 눈에 들어온다. 잠시 찬 공기를 마시러 외출. 되돌아온 집에선 온기를 촉진하는 샤워.


노트북의 백지에서 다시 나와 대면의 시간을 가진다. 흰 바탕 위로 오늘 내가 만난 수많은 이들의 인생, 나와 연결고리를 가진 이들의 삶이 스쳐 지나간다. 너와 나는 어떤 의미로 다시 만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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