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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시와 그림

점령군의 위엄


2015년 12월 중순, 함박눈이 내리는 서울의 한 모퉁이에서



눈-점령군의 위엄


이 싸움은 고요하다. 소리 없는 전쟁

허나 거침없이 진군하는 점령군의 위엄은 어느 혈전보다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끝도 없이 몰려와 굳세게 부닥친다

전사한 동료를 돌볼 틈도 없이

아니

돌봐서 뭐하냐며, 한 목숨 아까울 게 뭐냐며 들이박는다


승리가 보장된 싸움이기 때문이다

조용한 혁명은 이내 본토의 항복을 받아낸다

자국의 땅을 완전히 덮어버린 정렴군의 세상

두려움과 추위에 그들을 몰아넣은 잔혹함


한 백 년은 가겠구나


착각이었다

하루 이틀

한 겨울 밤의 꿈이었던가

눈 썰리듯 가버린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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