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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법과 언론

실형과 집행유예 차이, 법원은 응답하라


실형 선고를 받고 나오는 이재현 CJ 회장


 이재현 CJ 그룹 회장이 15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징역 2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10분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얼마나 집행유예를 간절히 바랐기에. 


 이 회장 본인뿐 아니라 CJ 차원에서도 집행유예를 학수고대했지만 결국, 실형을 피할 수 없었다. 집행유예 기준은 딱히 정해져 있지 않다. ‘3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라는 요건만 충족한다면 누구나 집행유예 대상이 된다. 이 조건에서는 집행유예를 선고할지 실형을 선고할지 오직 재판부의 재량에 달려 있다. ‘재량’인 만큼 이 회장이나 CJ 측에서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더 바라고 기대했는지 모른다.


 어떤 폭행 사건 재판을 참관한 적이 있다. 재판부가 ‘징역 1년 6월’을 선고하는 순간, 피고인석에 서 있던 40대 남성의 얼굴은 절망 그 자체였다. 하지만 잠시 후 판사가 ‘다만, 이 형의 집행을 3년간 유예한다’라고 말하자 정말 지옥에서 천국으로 온 것처럼 이 남성의 얼굴이 변했다. 가족으로 보이는 관람석에 앉아 있던 한 여성은 울음을 터뜨렸고, 피고인 역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면서 법정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봤다. 


 이처럼 집행유예와 실형은 정말 ‘하늘과 땅’ 차이다. 배임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던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전날 2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윤 회장은 징역 3년이지만 집행유예고, 이 회장은 징역 2년 6월이지만 실형이다. 이 회장 입장에선 억울할 만도 하다. 그런 억울함에 판결 선고 후 자리를 못 뜬 게 아닐까.


 기준은 뭘까? 딱히 모르겠다. 다들 비난받을 만한 죄를 지은 건 분명하다. 재판부 나름의 판단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결국 하늘과 땅 차이로 갈라졌다. 사회에서 편안히 형 집행을 받느냐, 수감 상태에서 집행을 받느냐의 차이는 정말이지 크다. 이런데도 어떨 땐 집행유예, 또 어떨 땐 실형. 이러니 ‘재판부를 잘 만나야 한다’, ‘고무줄 판결이다’ 이런 비난이 자꾸 법원으로 향하는 게 아닐까.